연초부터 죽어가다 살아난 썰 풀러… 돌아왔다…
SNS 같은 건 잘 안 하는 인간이라 이런 거 쓸데가 여기밖에 없군……


때는 바야흐로 화요일 새벽… 춥고 목 아파서 깼다. 어마마마가 작년 말부터 독감인지 뭔지(병원을 늦게 가서 뭐 때문인지 모름)로 쿨럭거려서 몸에 이상이 있는 것에 ‘드디어 내 차롄가…’ 정도의 감상만 있었다. 병원 9시에 문여니까 오픈런해야지 하고 물먹고 다시 잤다. 돌이켜보면 이불 다 덮어도 으슬으슬했던 게 복선이었네

그리고 화요일 아침 9시… 잠결에 오빠가 병원 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애매하게 비슷한 시간에 갔다가 애매하게 같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저놈도 가나… 그럼 난 좀 이따 가야징’하고 30분 정도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다 대충 준비하고 나왔다.
병원 가는 길에 돌아오는 오빠랑 마주쳐서 ‘감기지?’하고 물어봤더니
“독감이래”
“??? 뭐요??????”
폭탄을 맞았다. 어제저녁에 오빠가 삼겹살김치볶음밥 해줘서 같이 싹싹 긁어먹었는데

그렇게 병원에 가서 울며 겨자 먹기로 독감검사를 받았다. 29,000원이었나… 더럽게 비싸다. 하지만 결과는 음성. 어이가 없지만 초기에는 간혹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하루 약 먹어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내일 무료로 재검사해준대서 일단 약 받고 편의점에서 오빠랑 노나 먹을 포카리나 한통 사서 터덜터덜 집에 갔다.

집에 돌아와서 아침 먹고 약 먹고 한숨 자니까 뭔가 열도 내린 느낌이어서 3시쯤에 동생이랑 점심시켜 먹었다. 검도장에 전화해서 독감 미수라 못 간다고 말하고 점심약 먹고 한숨 잘 때까지만 해도 모든 건 괜찮아 보였다……

문제의 저녁… 열이 오른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기상했다. 거실에서 영어 모의고사 풀다 널브러져 있던 동생한테 ‘내가 열이 나는 것 같으니 인간 체온계 좀 해봐라’ 했다. 열이 나는 게 맞았다. 저녁약 한번 더 먹는다고 나아질 거 같지가 않은데 그냥 지금 가면 안 되나 하다 그냥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내가 오늘자 독감 음성인데 내일 되기 전에 뒤질 거 같으니까 그냥 지금 가면 안 되냐?’를 좋게 좋게 말했다. 그랬더니 독감 검사는 1회 재검사까지 무료고 오늘 받은 검사면 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높으니까 그냥 내일 오시라고… 아오
결국 자본주의의 노예는 저녁약까지 먹고 내일 아침 9시까지 뻐팅겨보기로 했다. 그렇게 네버엔딩 밤의 시작

아마 12시 전에 누웠던 것 같다. 제일 상태가 안 좋았을 때라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러다 2시인가 3시인가 동생이 물 갖다 줄까 했을 때 처음 깼었다. ‘치우기 귀찮으니까 안 갖다 줘도 된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잠결이라 제대로 말은 못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여기부터는 시간을 안 봐서 몇 시인지는 모른다. 캄캄했다. 열 때문에 깨서 물먹으면서 상대적으로 시원한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세 번째는 물 말고 딴 게 먹고 싶어서 포카리를 먹었다. 여전히 캄캄했다.
네 번째는 다시 소파에서 물 먹으면서 멍 때리는데, 오빠도 나와서 물먹고 들어가더라. 동병상련이 왜 진짜인 건데
다섯 번째는 잘 기억 안 난다. 물이었겠지… 암튼 이때는 해 뜨는 시점이어서 이것만 먹고 자면 병원 갈 수 있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온수매트 온도를 내리고 자면 된다는 생각을 해냈다!!! 열에 절은 머리는 제기능을 하지 못하니까…

32도 온수매트에서 자다 일어나니까 9시 반이었다. 옷 갈아입을 기력도 없어서 그냥 잠옷 입고 갈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쥐어짜 내 옷 갈아입고 나가니까 비오더라. 세상이 억까한다 아주.
약을 먹어도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가 않으니까 진행되던 생각의 흐름이
독감인데 초기라 양성이 안 나옴->양성이 아니면 독감약을 못줌->독감약 안 먹는데 낫겠냐?
였다. 재검사해서 양성판정만 나오면 뭐든 지금보단 낫겠지 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때는.

병원에서 다시 잰 열은 38.2. 이젠 놀랍지도 않다. 재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카운터가 분주하더니 내 이름이 불렸다.
“독감이라고 안 나와서요… 코로나 검사도 해보시겠어요?”
“….??????? 저 작년 7월에 걸렸었는데요???”
이번엔 핵폭탄이 떨어졌다. 코로나 나은지 반년밖에 안 됐는데 이게 무슨
아무튼 이런 상황인데 안 하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 검사비용은 또 25,000원이었나 정말 4가지 없는 가격이다…
그렇게 또 영겁의 시간 동안 기다리다 드디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으면서 보인 검사 키트들은 1줄…?
“예… 독감 코로나 전부 아니시네요…”
“……”
이쯤 되면 그냥 뇌가 사고를 포기했다. 그럼 난 대체 왜 이런 거냐고 따져 묻던가 했어야 했는데 이때는 너무 충격적이라 그럴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기존약에 추가로 약을 처방받고 약국에 갔다. 약 설명을 듣자 하니 새로 받은 약은 타이레놀 계통이고 기존약 먹고 2시간 텀 두고 열 있을 때만 먹으라고 한다.(+진해거담제) 내 상태가 심히 심각해 보였는지 약사님이 새로 받은 약 한 알 먹고 가라고 뜯어주셨다. 먹고 집에 오니 아침 먹을 힘도 입맛도 없고 시간도 애매해서 그냥 옷이나 갈아입고 잠이나 더 잤다. 그리고 한 2시에 깼나…

일어났더니 식은땀에 절어있었다. 드디어 열이 내렸다!!! 어이가 없네 타이레놀 한방에 꺼질 열이었으면 진즉에 좀 주지라는 생각은 지금에서야 할 수 있고 저때는 그냥 신났…을걸?
점심약을 먹고 소파에 널브러져서 하루종일 티비로 유튜브만 봤다. 이때부터 좀 살만했다. 근데 열이 내리니까 목이 아픈 게 확 느껴지더라. 열이 75 목이 25 정도?

생각해 보니 옛날에 열이 끓어서 응급실 갔던 때랑 비슷한 것 같다. 그때도 결국 뭐가 원인이었는지 모르는데. 차이점은 병원에 일찍 갔냐 안 갔냐 정도…? 거기에 약 좀 사 오라는 말 씹다가 응급실까지 끌려가서 폰 없이 기다리기 형에 처했던 동생이 이번에 좀 더 적극적으로 병원 가자고 했던 거ㅋㅋㅋㅋㅋ

그리고 지금까지 타이레놀은 처방받은 그때 약국에서 먹은 이후로 한 번도 먹지 않았다.

집에서 제일 가깝고 365일 하는 병원이라 갔는데 이젠 새로운 병원을 물색해야 할 것 같다.


대충 2일간의 기록이다. 병의 힘을 빌어 7시간 반 잔게 기뻐서 써봄. 정신없어서 달력도 지금 봤는데 왜 목요일??? 내 이틀 어디 감
건강을 소홀히 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뒤통수가 오함마로 갈겨진 기분이다.
써야 할 건 다 썼으니까 이제 밥 먹고 약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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