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유독 되는 일이 없고 마음먹은 건 다 틀어지는 그런. 나는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렇다면 오늘이 중요한 날이었나? 그렇다. 퇴사 이후 처음으로, 아니 그냥 처음 가는 (설명하기 귀찮으니 그냥)음성, 광주 여행날인데 어째서 버스 안에서 구구절절 글을 쓰냐. 그냥 지금까지의 하루가 더럽게 꼬여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풀어서 왔긴 하다…


오후 2시 30분.
충북혁신도시행 4시 15분 버스. 평일 버스라 당일까지 굳이 예매하지는 않았었다. 그래도 혼자 앉아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에 예매를 하는데… 인턴 이후 교통카드로 쓰던 아부지 카드를 봉인당해서, 내 카드로 예매한다는 게 비밀번호를 3번 틀려버렸다…… 예매사와 카드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비밀번호 변경하고 카드 잠금 해제했다.

오후 3시.
여행동안 입을 옷을 사려고 일찍 나와서 옷가게에 갔다. 낮에는 날씨가 쪄죽게도 따듯해서 얇은 옷으로. 대충 가격 디자인 적당한 걸로 골라서 새 걸로 달라고 했다. 꺼내준단다. 10분 정도 기다렸는데도 주지를 않는다. 아직 시간 널널해서 10분 정도 더 기다려줬다. 빡침이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기분을 느꼈다. 다른 직원에게 한번 더 말했더니, 아까 그 직원이 꺼내서 옆에 올려놨던 옷을 그제야 준다. 꺼냈으면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오후 3시 50분.
택시 타면 20분 정도 걸려서 5분 여유 두려고 50분에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내가 아는 것과 다른 길로 가지만… 시간 안에 도착만 하면 상관없으므로 그 사이에 버스 예매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 도착 시간이 18분? 네이버 지도로 확인해 보니 가는 루트의 교통량도 복잡해 보인다. 잠깐 가라앉았던 빡침이 다시 올라오기 전에… 기사님한테 말했다. ‘기사님, 15분 차인데 시간 안에 갈 수 있을까요?’ 기사님이 황급하게 차를 돌려서 반대편에서 내려 준다고 하셨다. 이 길은 신호가 많다고… 애초에 이 길로 안 왔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순간 욱할 뻔했지만 기사님이 바로 빠르게 갈 수 있는 길로 가주셔서 참았다. 네비 찍고 가셨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하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나 마음이 넓어졌다. 그냥 호구인 건지.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난 지금 충북혁신도시로 가는 버스 안에 있다. 동생이 기운 없다고 찡얼거리는 거나 버스 기사님이 내가 타기 직전에 버스 문 닫고 어디 다녀오신 건 굳이 적지 않겠다…
방금 버스가 덜컹하는데 개깜짝놀랐네;;;;
이쯤 적고 바깥 구경이나 해야겠다. 집에 며칠 처박혀 있었다고 나오기 싫었는데, 막상 나오니 따뜻해서 좋았다. 좀 있으면 푹푹 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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