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07~

#7 일기 ._. 241113

hansssi 2024. 11. 13. 22:46

1.
난 지금 홈스윗홈에서 노트북 두대와 데스크탑 한대를 뒤로하고 폰으로 글을 작성하고 있다. 이유는 별거 없다.
수능 디데이를 맞이하기 위해 9시도 되기 전부터 다들 불을 끄고 누웠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검도 갔다가 너덜너덜 집에 오니 8시 45분쯤… 밖에서 볼 때부터 불이 꺼져있는 걸 보고 눈치챘어야 했는데…

새벽에 나가야 하는 엄빠는 둘째치고 아침 10시에 귀가해서 예비소집 갔다 온 고3은 왜 벌써 뻗어있냐….? 너 자는 시간 12시잖아…… 수능 생활 패턴이라는 게 없지 아주.

하지만 수능 전날의 고3은 상전 중의 상전인 법… 방 없고 직업 없이 여태 엄빠 집에 붙어사는 백수는 잠자는 고3의 잠을 방해할 수 없으므로 도저히 조용히 칠 자신이 없는 키보드는 봉인하고 얌전히 폰이나 들게 된 것이다……

샤워는 어찌하고 나왔는데 머리를 말릴 수가 없네… 내가 충동적으로 머리가 자르고 싶어지는 시기는 한참 지났는데….


2.
우리 집 멍멍이… 내일 저녁이면 자유의 몸이 되는 동생은 내일 6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할 거란다. 7시에 친구들이랑 같이 가기로 했다나 뭐라나. 미3누 씨가 시험장 일찍 가서 책상은 못 바꿔도 의자는 바꿀 수 있다고 했단다…… 라떼는 그런 거 없었는데.


3.
검도는 하다 보면 가끔가다 전에 박았던 왼쪽 발이 아프다. 아무래도 왼발로 밀어서 스텝을 밟아야 하다 보니 부담이 좀 되는데…… 다쳤던 것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꾸 안 쓰게 되고 그럼 계속 느려지고 처맞고 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나도 어느 장단에 맞춰서 탭댄스를… 아니다 걍 장구나 쳐야지. 에휴 암튼 골치 아픈 상황이다. 내일 빠질까 말까 고민 중.


4.
시험장 들어가기 전에 보라고 줄 응원카드 써놨는데 벌써 자니 줄 수가 없넹 ._. 역시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


5.
다이소는 진짜 사람들의 코 묻은 천 원 이천 원을 뺏어가기 위해 모든 창의력을 총동원하는 악마들의 소굴인 것인가? 뭐 이리 갈 때마다 신박한 아이템이 넘쳐나는 것인가. 이럴 거면 진즉 멤버십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후회만 반복되고

카드 사러 다이소 갔다가 투명 카드를 겹치는 메시지 카드???? 뭐 이래 어려워 암튼 이런 신박한 카드를 충동구매 했다는 뜻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이 이렇게 와닿게 될 줄은 몰랐다.


6.
10시에 샤워하고 나와서 지금 이걸 적는 현재 시간 10시 24분…… 불은 다 꺼져있고 다들 자는 분위기고 나도 피곤하니 그냥 잘까 싶다.
내가 그렇게 계획적으로 사는 인간은 아닌데 그나마 1 2 정도 세우는 계획마저 방이 없느니 괜히 세웠다 싶어지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사 올 때 난 학교 다니느라 청주에만 있으니 방 없어도 괜찮다고 지껄였던 과거의 나 이 새끼 때문에 내가 업보빔을 처맞고 있네. 지난 일은 후회하지 말자는 주의인데 그때 좀 지랄을 떨었어야 했나 싶다. 방에서 혼자 불 켜놓고 놀고 있는 엄마 아들을 집밖으로 내쫓고 싶어지는 밤이다.


7.
나는 손목이 얇은? 가는 편이다. 엄지랑 검지로 잡을 수 있는 정도.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요즘따라 당신 손목 가는 것이 싫다며 굵은 구슬 팔찌를 서너 개씩 차곤 하셨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그래서 마냥 좋아하기만 하긴 힘들어졌다.
요즘 비즈로 팔찌 만들어보려고 별 난리를 다 쳐서 그런가.

나도 장신구는 팔찌만 하는 편이었었다. 고3 때부터 맨날 차고 다녔던 염주 팔찌 끈이 끊어지려고 한 이후로 잘 안 하긴 했지만… 이건 진짜 아끼던 거라 끈만 다시 구해서 하고 싶긴 한데 일단 어딨는지 찾아야 하는군……
이렇게 또다시 내방 없는 서러움이

이렇게 계속 의식적으로 딴생각을 해줘야 마음이 편하다. 왜 인간에게 주어진 제일 큰 축복이 망각이라 하겠는가. 알츠하이머 같은 건 예외.

어떤 일이 생기든 시간은 가고 삶은 살아진다는 사실을


8.
요 며칠 제일 큰일이 수능이었다 보니 자꾸 내 수능 때랑 옛날 생각이 난다. 오늘은 이쯤 하고 정리해야겠다.

그래도 오늘 지진은 안 나서 다행이야.


+)
9.
산책하면서 풍경사진 찍는 게 취미라면 취미겠다. 아쉬우니 몇 장 첨부

하려고 했는데 젠장 폰으로 사진 권한 설정 안 해서 글 날릴뻔했네 미친거
아오 맥북으로 쓰는 거면 바로 에어드랍 때려버렸을 텐데